6월 7일의 이야기

소품집

그랬다.
4월에서부턴가 갑작스럽게 수많은 일들이 지나갔지만, 내가 지쳐있을 틈이 없었다.
아주 가끔 깊은 저녁 너무나 힘겨울 때 눈물 한 방울 흘린 적 있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저 이 시간들이 지나가기를, 나는 괜찮으니까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삼십대가 되어서 하나 둘 덤덤해져 갔다.
이십대 갈무리되지 못한 내 감정들, 생각들을 삼십대에 와서 조금은 다듬고 정리해갔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 즈음, 나는 그를 만났다.
4살이 많은,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쁜 그를 만났다.

말을 너무나 예쁘게 하는 사람.
남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내 그것을 밝혀주는 사람.
어느 곳에 있어도 환하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사람.
'이전까지의 연애가 정말 연애였을까? 사랑이었을까?'라는 의문을 들게 만든 사람.
아 그리고, 반 농담이라 했지만 사실 목소리 이상형이란 말 진심이었는데 알고 있으려나?

자신의 상처 때문에 다가오기 힘들었을 텐데, 큰 용기 낸 그가 너무 고마웠다.
시간이 지나서 "나랑 왜 만나려고 했어?"라고 물었을 때, 그가 말했다.
"내가 살면서 이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거 같아서."라고.
이건 여담이지만, 처음 봤을 때 '이 사람이랑 결혼할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들었다더라.
실제로 연인이 되고 난 후의 그는 세상에 더 없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난 지 한달정도 됐을무렵, 나는 "당신은 내가 만난 사람중에 제일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그때 그는 "지금 이 말이 너무너무 좋은데, 우리가 만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어. 그러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도 그런 마음이 든다면 그때 이야기해줄래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그 얘기를 들을 수 있게 나도 노력할게."라고 말했다.

그때처럼 나는 여전히 당신이 만나왔던 사람 중 가장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
매일을 빠짐없이 사랑한다, 보고 싶다, 예쁘다, 귀엽다 이야기하는 그를 보면서 어떻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잡다하게 이것 저것 배우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남들은 '시간 낭비한다'라고 했지만, "실행력이 좋아! 대단하다!"라고 말하는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감정 기복이 종종 심한, 삐지기도 잘 삐지는 나의 시무룩함과 퉁퉁거리는 모습을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귀여워하는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함께하는 시간 동안 나를 존중해주고, 자존감을 높여주고, 예뻐해 주는 그가 어떻게 만나왔던 사람 중 가장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4월부터 누적돼 왔던, 여러 가지 일들과 심리적인 요인으로 예민하고 피로함에 지쳤던 어제.
그 때문에 속상한 것도, 화나 났던 것도 아닌데 갈무리되지 못한 내 감정이 흐르고 넘쳐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되었고, 그것은 수도꼭지가 고장 난 것처럼 멈추지 않게 되었다.
처음엔 조금 당황한 듯하다가 안아주고 다독거리면서 엉엉 우는 나를 감싸 안았다.

한참을 울다 진정되었을 때, 나를 웃기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진정이 되고 나서 "나는 내가 싫어."라고 이야기했을 때 그가 말했다.
"여보가 왜 싫어? 싫으면 나 주라. 나는 좋은데 나 줄래? 싫으면 나한테 시집오자 응?"
이런데 어떻게 안 웃을 수가 있을까. (장난치다 나한테 등짝을 한 대 맞긴 했지만)
'감정 조절을 못해서 이 사달이 난 내가 싫다'는 말에 '사람은 다 그렇다. 너만 그러는 게 아니니 자책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이렇게 툭 터져서 우는 건 혼자 해야 하는데 오빠 앞에서 이렇게 우는 게 너무 창피하다 했다.
그는 "앞으로 나랑 살 날이 더 많을 텐데 혼자 울면 안 되지. 그때마다 내가 다독여줄 거야."라고 말했다.

부은 눈에 얼굴이 엉망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뻐하고 귀여워했다.
하나도 안 예쁘다는 말에 "나 얼빠라 예뻐서 좋아하는 건데?"라며 너스레 떠는 그의 말에 긴장이 탁 풀린 느낌이랄까.
이 사람과 함께 걷는 길은 얼마나 행복하고 든든할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어제의 그 기분과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기록하는 내 기억 상자.
일기를 쓰라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마는, 내 남자친구를 널리(?) 자랑하기 위해서 쓰는 팔불출의 기억.
언젠가 이 글을 볼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보고 당신이 참 많이 행복하고 이 가득 넘치는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다.
항상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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